지하철 터널 걷기

2010. 10. 24. 06:12 | 일상
처음 행사 모집 공고를 보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신청했습니다. 영화속에서나 보던 지하철 터널을 직접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대됐지요. 본래 100명추첨이었나 400여명의 응모자 전원 행사 참여를 할 수 있게 되었더군요. 밤 12시즘 집결지인 종로3가 5호선 역으로 왔습니다.

장갑, 마스크, 행사 안내지를 받았습니다. 안내지는 2장이 있었는데 서로 내용이 상당 수 중복되어있더군요. 스타일도 꽤 다른 것이 분명 이중 행정이 의심. 후후.

'비밀의 공간인 터널'  '그린카 3인방'  등의 표현이 무척 재밌었던 안내지. 이번행사의 목적은 '공기질 개선 노력의 결과를 과감히 공개' 라는군요. 딱히 지하철 공기가 나쁘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 말이죠. 서울 도심 공기 자체가 워낙 안좋다 보니... 오히려 지하철쪽이 더 깨끗하달까.

안내지 속에서 가장 충격적인 내용. '8.터널관리단 장기자랑' 으헉.

여러가지 장비차량 안내판이 전시 되었는데 도입가격이 표시된 것이 재밌더군요. 천원 단위까지 자세한 가격을 공개해줬네요. 막상 얼마인지 이해하려면 자릿수 세느라 바쁜... 대략 13억인데 다른 장비들도 다 고만고만?한 가격들 이었습니다.

집결지. 400여명 참가 행사에 무려 100여명의 직원들이 동원됐다고 합니다. 안전을 위해서. 다른점이 있다면 보통 다른 대규모 행사에서는 외주스탭들이 동원되어 뭔가 이질감이 느껴지던 것에 비해 이 행사는 모든 스텝이 직원인 탓에 마치 야유회 분위기가 났습니다. 일단 이곳에서 1시30분까지 행사가 있었습니다. 터널내 전력선 단전이 되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정말로 등장한 터널관리단 노래자랑 1위 경력의 가수? 라이브.
제일 분위기가 좋았던 순서는 넌센스 퀴즈. 상품은 뭐였는지는 잘 안보여서 모르겠고 정답도 잘 모르겠더군요. 6,7,8,9호선 중에 있는 역이라던데 제가 1호선 사람이라 그런가.

- 양치기소년이 사는 역?
- 이산가족이 만나는 역?
- 말 4마리가 있는 역?
- 지하철요금이 가장 싼 역?
- 구김옷이 말끔히 펴지는 역?
- 타고 있으면 다리가 저리는 역?


그 밖에 여러 동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서도 놀라웠던 것이 무려 실시간 나레이션! 그것도 남녀커플로! 왼쪽에 앉아계신 두분이 동영상에 맞춰 영상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다양한 첨단 시설장비들에 대한 소개가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역시 사람들에겐 시설차보단 객차의 비밀?을 구경하는게 더 좋았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5678도시철도가 자체개발(강조)했다는 스크린도어를 열고 드디어 터널로 내려갑니다. 스크린도어를 PSD(Platform Screen Doors) 라고 부르더군요. 전 포토샵인줄 알았....
어쨌든 본격 탐험시작에 무척 흥분. 어느 놀이공원보다도 리얼하다죠. 후.

5호선 '종로3가'를 시작으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2정거장 거리를 걷게 됩니다.

터널을 조금만 지나자 이런 곳이 나오더군요. 여러 역사내 장비가 있는 곳인가 봅니다. 제가 있던 그룹은 플랫폼으로 내려왔는데 다른 그룹들은 이상한?곳에서 내려오시더군요.

배수시설? 견학입니다.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다른 직원(스텝)이 이곳을 보고 '오~ 크다~' 하면서 놀랐던 점이 놀라웠습니다.

똑딱이 카메라로 터널사진찍기는 정말정말 어려워요. 흑.

선로 중간 중간에 단추같은 것들은 작은 피뢰침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전철이 지나갈 때 바퀴에 기름을 뿌려준다고 하네요. 역시 기계장치에는 기름인가요.

16년된 터널이지만 항상 깔끔하게 보수. 참고로 원형터널은 내구성이 매우매우 우수하답니다. 고대 건축물도 아치형은 잘 안무너진다고 합니다.

터널 안에도 안내판이 곳곳에 있더군요. 매우 낮게 부착되어 있어서 전철 안에서는 못보던 것들.

터널을 조금 지나니 나타난 3인방? (자체개발 강조) 시설차들. 무언가 직원들끼리 의례행사같은 것을 하는 것 같았지만 멀어서 잘 안보였고, 시설차들이 작동하기 시작하자 화려한 조명? 과 수 많은 플래시탓에 완전 축제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신났습니다.

그냥 가버리나 싶더니 고압살수차는 다시 되돌아오면서 아주 가까운 곳까지 작동 시연을 보여줬습니다.

터널을 항상 물청소한다는 것이 신선하더군요.

물청소 직후의 터널 내부. 터널안에는 배수로가 매우 틈틈히 나 있습니다.

을지로4가 역을 통과하자 아리수를 나눠주는군요. 이곳은 그냥 패스. 다시 바로 내려갔습니다.

비상용 선로를 저렇게 터널 중간에 미리 준비해둔다고 하네요.  그 밖에 전화기, 콘센트, 비상손잡이, 핸드폰시설, 차량집계센서?, 방음판 등등 많은 시설들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열심히 걸어서 드디어 동대문 도착.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멈추지 않고 계속 걷는탓에 멈춰 설 수 가 없어서 사진이 죄다 흔들려서 없습니다. 맨 뒤에서 걸을걸 뒤늦게 후회했다죠. 사진찍으려면 적어도 3-4초는 서 있어야 해서...

환기시설에 대한 설명중입니다. 수 많은 방송기자덕에 조명이 마구 쏘여서 사진이 잘 나왔네요.

연기를 뿌려 환기장치 시범까지. 정말 많이 준비하셨더군요. 역시 방송기자님의 화려한 백라이트덕에 연기를 더 신비롭게 연출. 하하.

역에 들어왔는데 엄청난 고급 시설에 깜짝놀랐네요.게다가 플랫폼에 전구빛 조명이라니 처음봤습니다.

마치 공항 같은 분위기. 서울역 용산역 같은 곳보다 훨씬 더 고급! 참고로 여기는 개찰구 바로 앞 입니다. 다들 기념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지요.

빵과 우유, 그리고 티머니(5천원 충전)열쇠고리 등을 기념품으로 받았습니다.

신비한 터널 구경은 물론이고 터널내 모든 시설물들을 설명해주시려는 직원분들 때문에 정말 알찬 체험이 되었습니다. 특히 모든 터널내 작업이 지하철이 끊긴 야간에 이루어진다는 것이 정말 고생스러워 보였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지하철도 늦게 끊겨서 1시 30분부터 작업시작이라니 컥.

그것보다 지저분한 낙서나 노숙자, 쥐 등이 있는 터널일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이 있었는데(영화에서 보여주는게 그런것들 뿐이니) 실제로 와보니  정말 정말 깨끗하고 다양한 첨단 장비들로 가득한 터널로 인해 제 환상?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하하.

사진은 많이 흔들릴 것 같아서 동영상을 꽤 찍어왔습니다. HD(720p)로 보실분은 http://vimeo.com/16140047  이곳으로
Posted by 구운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