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관심이 없다가, 자주가던 커뮤니티에 "전에 고려대 자퇴하던 학생은 지금 뭐해요?" 라는 글이 눈에 띄었다. 당시에는 뉴스에서 얼핏 들은 기억이 있었지만 신경쓸 여력이 없다가 이제서야 호기심이 생겨 찾아보니 책이 출간 되어 있엇다. 정확히 찾아보니 2010년 3월 10일에 선언 하고, 4월 14일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의 분량은 상당히 짧은데 반해 굉장히 폭넓고 근본적인 문제부터 다루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그 내용이 인류의 문명과 사회 문제를 서술하는데 타당한가? 라고 한다면 많이 부족할 수 도 있지만, 이 사회의 젊은 세대가 실질적으로 고민해야 할 주제와 방향만 놓고 보자면 이 정도면 매우 균형잡히고 충분한 양이라 생각한다.  사실 교양으로 읽기에는 학술적 목적으로 쓰인 여러 철학, 사회이념 책들은 이미 개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허용치를 심하게 넘어서고 있다. 그것은 마치 기계를 배우고 싶어하는 일반인에게 우주왕복선 설계도를 설명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쉽게 쓰인 책도 많이 나왔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철학적 사회적 무게감이란 전혀 존재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특히, 이 사회에서, 당사자의 입장으로, 고민하고 그리고 실천을 한, 현실적이고 사회적 이념을 벗어나려는 살아있는 생각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면에서 나는 이 책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이 책의 혹평으로 흔히 등장하는 것이 문제제기만 있고 대안이 없다는 점을 꼽는다. 하지만 내가 묻고 싶다. 현재 나와있는 수 많은 사회비평 책들은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훌륭한가? 라고. 그리고 그 대안에 동의할 수 있는가? 전혀 아니다. 김예슬은 정치가도 아니고, 지도자도 아닌, 그저 대학교 3학년인 학생이다. 우리들이 늘 불평만 하고 대안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고민과 실천을 포기했을 때, 이미 우리는 대안을 받아들릴 자격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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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대학을 그만 두었다. 벌써 10년 전 이야기이다. 김예슬처럼 대단한 이유로 그만 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 역시 대학 입학 전부터 제도권이 주는 학력따위는 너무나 가치가 없다는 전제는 가지고 있었다. 많은 대학 자퇴생들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대학 자퇴생 대부분이 졸업장 가치의 절하와 개인적인 확신으로 그랬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냥 대학이 짜증나서 자퇴한 사람들은 논외로 하자. 생각보다 많더라.)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애초에 대학생 대다수가 전공선택부터 성적순으로 맞춰가야 했기 때문에 이들에게 꿈을 가지고 자본과 물질에서 자유롭고 순수한 꿈을 가지라고 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아니 불가능하다. 꿈은 고사하고 무엇을 잘 하는가 마저 찾지 못한다. 그저 누군가 이 직업이 돈 벌기 쉬우니까 이것으로 결정해! 라고 말해주기만 기다릴 뿐이다.

꿈이 뭔가? 나는 솔직히 이 질문의 정체성부터 혼란을 가지고 있다. 꿈의 대한 정의. 그것이 직업적이고 물질적인 목표인가?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생각외로 질문하는 사람들 조차 매우 세속적인 뜻으로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30대에 접어들면서 꿈이란 뭔가를 생각해보고 또 얼마나 변질되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이 사회가 얼마나 순수한 삶의 열정을 잠식시켜 버리고 물질주의 삶에 물들게 하는지 무섭게 느껴진다. 꿈과 열정을 가지고 사업을 해서 대박을 내자? 웃기는 소리다. 하지만 이것이 꿈과 열정의 대한 일반적인 개념이다.

그럼 다시 한번 묻자. 대학이 꿈을 주지 못해서, 세속화만 가속시키니까 자퇴한다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남들처럼 똑같은 대학 자퇴, 대수롭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아니 오히려 고려대니까 이렇게 스폿라이트 받는다고 싫어하는 부류도 상당하다. 그런데 난 그 수 많은 자퇴생들 중에서 김예슬이 조명 받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도 순수하게 자퇴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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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적으로 설계된 현대 자본주의 아래에서 저항이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회를 바꾸려는 젊은 이들에게 많은 어른들이 말한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 네가 뭘 하려거든 힘을 키워서 해야 한다고" 틀린말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그 무엇보다도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동시에 아주 무기력하고 사회 순응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입장도, 행동도 다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딘가에 절대권력을 가진 당신에게 말한다. 너만 천재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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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회초년생들이 뭘 선택하든 나 역시도 비난할 수 는 없다. 소크라테스, 공자, 예수가 이 시대를 살아도  연봉 2천이나 받을까 의심스러운 세상이다. 굶으면서까지 저항하라고 하기엔, 이 시대는 삶의 안정과 행복이 너무나 친자본주의적이다.

다만 고민의 끊만 놓지 않았으면 한다. 적어도 자유를 선택한 사람들을 천대 하는 사람이 줄어들었으면 한다. 쓸때없는 소리 말고 공부나 해. 라고 당연하듯이 윽박지르는 부모님들이 줄어들었으면 한다. 사회적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이렇게 소박한 꿈 밖에 기대할 수 없는 세상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Posted by 구운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