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다녀왔습니다.
캐논 5Dmk2 를 잔뜩 깔아놨길래, 마음껏 만져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뿐.
옛날에는 그야말로 영상과 사진에 관련된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매년 관람객들의 신상 조사를 꾸준히 하더니만
결국 사람들이 관심없는 것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건지 점점 빈약해지기만 하는군요.

우연히 니콘 부스에서 이스라엘 가자 지구에서 전쟁 당시의 사진을 찍으신 교수님 강연회가 있어서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려주셨는데

- 겁도 없이 저격수들이 배치된 경계지역에 장난감 총을 가지고 노는 청소년들,
- '이스라엘에게 죽음을' 이라는 잔혹한 피켓을 들고 있는 어린 꼬마들, 그것을 찍으라고 기자를 부르는 어른들, 연출된 상황을 1시간을 채 유지 못하고 피켓을 든채 웃고 떠드는 꼬마들.
- 한쪽에서는 시위대와 군부대간의 마찰로 여러 사람들이 총에 맞고 부상자가 생기는 상황에서도 그 옆에서 웃으면서 떠들고 노는 아이들.

많은 사진들 중에서 이 정도 기억 나네요.

마지막으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내가 찍어온 사진들은 현 가자지구 사태의 극히 일부분이고 단편적인 것들 뿐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것들로 이 문제를 평가할 수는 없다. 역사적 평가는 먼 훗날의 일이다. 그렇지만 먼 훗날에는 지금의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그것이 우리가 사진을 찍는 이유이다.

덤으로 서울포토페어 2009 도 다녀왔습니다. (바로 옆 전시관)
쉽게 말하면 수많은 사진작가들의 단체 전시 및 사진 판매였습니다. 정말 엄청난 양의 전시회 였습니다. 유명한 사진작가들도 있고, 대학의 사진학과에서 나온 그룹도 있었습니다. 어림잡아 100m x 100m 되는 공간에 미로처럼 된 전시회 구성을 해놓았으니, 저는 1시간쯤 구경하다가 그냥 포기했습니다.  당일 새벽부터 돌아다니느라 피곤했던 것도 있었지만,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있자니 이 사진을 본건지 안본건지도 애매해지더군요. 전시회 규모를 보면 입장객중 절반은 전시 관계자라고 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관람도중 누구는 몇장 팔았네 몇장 팔았네 라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걸 보면... 마치 거대한 사진 시장 같았어요.

그래도 여기서 역시 흥미로운 발견을 했습니다.
전시된 사진은 아니고, 사진집을 전시해놓은 부스에서 우연히 보게된 김옥선씨의 Happy Together 라는 사진작품집입니다. 미국에서 평범하지 않은 부부들을 실제 그들이 거주하는 집에서 찍은 사진들을 모아놓은 것 입니다.
여기서 평범하지 않은 부부들이란, 주로 남편은 백인이고 여성은 아시아인인 국제 결혼한 부부들이 많이 나옵니다.  간혹 남자 두명 혹은 여자 두명이 나오기도 합니다. 사실 자세히 보지는 못해서 긴글을 못쓰겠지만, 사진집을 구입해보려고 인터넷을 뒤졌더니, 판매처는 커녕 출판서 연락처도 알아내기가 힘드네요.
참고로 '김옥선 happy together' 로 검색해 보시면 관련 사진과 평론은 몇개 찾으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구운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