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 3xFTM

2009. 6. 7. 22:47 | 소감
FTM 이란 Female To Male 의 줄임말로, 성전환자를 뜻하며, To/Toward/Transition 등의 뜻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호르몬이나 외과수술등의 외형적 변화없이 트랜스젠더로 사는 사람부터 변화가 진행중인 사람 등 모두를 일컫는 말 입니다. 하리수 같은 사람은 반대로 MTF 가 됩니다.

3xFTM은 3명의 FTM을 다룬 휴먼다큐멘터리 입니다. 올해 초쯤에 서점에서 책으로 먼저 봤습니다. 작년 어딘가의 영화제 출품작이었던 다큐를 책으로 엮은 것 이었지요. 책을 끝까지 보진 못했지만 얼마전에 서울의 인디극장 몇 곳에서 이 영화가 개봉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씨구나 명동까지 달려가서 봐 주었습니다.

남녀평등이란 사실 굉장히 쉽게 생각했었습니다. 사실 남자로서는 여자가 아닌이상 그들이 받는 피해와 편견을 다 알기란 쉬운일이 아니지요. 그러다 우연히 소박한 여성인권운동가부터 과격한 페미니스트까지 (시집간다라는 단어에 따귀를 때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 볼 기회가 있었고 그러한 주제로 이야기를 할때마다, 성이 다르다는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더 거대한 문제라는 것, 그리고 이 문제를 도덕교과서의 남녀평등 개념 외우듯이, 버스기사는 여자도 할 수 있다처럼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주제는 자연스럽게 동성애자, 양성애자 그리고 트렌스젠더 등으로 대화가 이어졌는데, 남녀평등이나 트랜스젠더 등은 모두 성(性)에 따른 인권이라는 개념으로 수렴되기 떄문입니다.

물론 트랜스젠더의 문제가 모두 인권의 문제는 아닙니다. 살고자 하는 내면의 문제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 다큐멘타리에서도 많은 관련 인터뷰가 나옵니다. 물론 그 바탕엔 편협된 세상의 눈이 밑바탕으로 깔려있습니다. 1년 6개월동안 제작된 이 다큐는 FTM에 관한 다양한 본인들의 생각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것은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며, 일상적이기도 하며 독특하기도 합니다. 또한 놀랍도록 논리적인 자기 성찰적 발견을 해내기도 합니다.

왜 FTM이 되셨죠?
이것을 이해하기란 정말 쉬운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FTM 본인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 확실히 이해하고 대답할 수 있는 여건은 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모르는건 아닙니다. 다만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을 뿐이죠. 먼 과거 세상만물의 원리를 모르던 시절에 사람들은 현상을 시(詩)로써 표현하고 이해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것은 논리적인것이 아니라 감성적인 것이죠. 시를 이해하는 것은 주관적인 문제입니다. 저는 FTM 자신이 말하는 이유에 대해서 아주 우울하고,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미운오리새끼가 오리들에게 자신을 설명해야하는 그런 슬픔이 말이죠.

FTM을 밝히는 것, 밝히지 못하는 것, 밝히지 않는 것.
자신이 수년,수십년간 고민해서 결정한 것을, 남들과 똑같이 고민하고 벼랑끝에서 선택한 결정을 남에게 설득하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무척 괴로운것만은 사실일 겁니다.  다큐나 인터뷰에서 모르는 사람을 위한 설명이라면 오히려 쉬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사회에서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밝히는 것은 굉장히 다른 문제인 것이죠.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2시간 분량의 다큐만큼 설득시킬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더욱이 이 문제는 대상과의 관계에 따라서도 설명해야할 노력과 대화 자체가 달라지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밝히지 않고 숨기는 것에 대해, 그리고 밝혀질까봐 항상 긴장하면서 산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어쨌든 이 다큐는 당신이 언젠가 맞닥뜨릴지 모르는 지인의 커밍아웃 앞에, 혹은 우연히 쓰다듬은 가슴에서 부자연스러운 굴곡을 인지한 후에도 소중한 당신의 친구를 잃지 않게 도와줍니다.

숨기려 들기때문에, 그렇다고 그들을 도피자, 은신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없길 바랍니다.
그들은 모든 사회적 불평등과 관계적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각오로 FTM이 됐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들입니다. 저도 트랜스젠더를 좀더 현실과 동떨어진 괴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이 다큐를 보고서 누구보다도 존경해야 할 사람들이라고 느꼈습니다.

FTM을 인정해주고 그들을 이해해준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나아진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도 조금만 사람들을 관심있게 살펴보면 무서울 만큼 만연해진 편견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편견도 편견이지만, 처음만나는 트랜스젠더 앞에 올바른 말과 행동을 바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큰 무리인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가족마저도 그들에게 경멸적인 말을 하곤 합니다. 혹은 정부기관에서조차 멸시를 받기도 합니다. (그런말에도 태연하고 침착하게 당당히 자신의 당위을 밝히는 것이 역시 대단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다큐는 보다 많은 트랜서젠더가 더 편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의미에서 이 영상이 보다 많이 소개되고 알려져야 할텐데, 이 다큐를 위해 희생하고 대변해준 3명의 FTM에게는 이 다큐가 유명해지는 것이 오히려 악재가 될 가능성히 더 크기 때문에 감독님도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우십니다. 그들을 영영 한국에서 살수 없게 만들어버릴 수 도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출연을 결정한 세분은 FTM으로서 FTM을 위한 용기가 아닌, 사람으로서 사람을 위한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 다큐를 모든 사람들이 같이 공감했으면 좋겠지만, 본 사람들만 이라도 그들과 함께 고민을 덜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고민을 하게된 계기가 되었구요.
Posted by 구운소금.